우리 나이로 예순 일곱, 은퇴 이후의 삶에 속하는 빈센트의 일상은 강승민에게 인생의 어떤 질문들을 떠오르게 했다. 한창 리모델링 중이던 빈센트의 한옥 앞은 여느 공사장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다음날 아침이면 다시 너저분하게 시작될 공사 현장이지만 집주인은 저녁마다 혼자 남아 집 앞의 도로까지 깨끗하게 정리를 했다. 빈센트는 매일 을지로 뒷골목을 홀로 누비고 다니며 필요한 물건을 주문 제작했다. 집에 필요한 중고 가구를 구입해 한눈에도 그럴듯한 명품 이상의 가치로 만들어내는가 하면 외부인들의 시선이 닿는 에어컨 실외기까지 깨끗하게 케이스를 만들어 관리를 했다.
빈센트의 일상은 즐길 것들로 넘쳐났다. 아침마다 자신과 아내가 먹을 빵을 직접 구웠고 종종 동네 이웃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했다. 일상 안에서 제 쓸모를...